어제 외운 영어 단어, 왜 머릿속에서 사라졌을까?

 

열심히 공부했는데, 막상 시험지를 받으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. 분명 어젯밤에는 완벽하게 외웠다고 생각했는데, 다음 날 아침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. "나는 왜 이렇게 기억력이 안 좋지?"라며 자책하기 쉽다.

 

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뇌가 게으르거나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.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때문에 생기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. 

 

지금부터 100여 년 전,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(Hermann Ebbinghaus)가 바로 이 비밀을 밝혀냈다. 그의 놀라운 발견, '망각 곡선'을 이해하고 그것을 이기는 방법을 배운다면, 우리도 '기억의 달인'이 될 수 있을 것이다.


 

 

우리의 뇌는 왜 자꾸 잊어버릴까? - '망각 곡선'의 비밀

 

에빙하우스는 한 가지 궁금증을 가졌다. "사람은 무언가를 배운 뒤,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잊어버릴까?" 그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어 'ZOF', 'KAG'처럼 아무 의미 없는 단어들을 수천 개 외운 뒤,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 때 얼마나 기억하는지를 직접 측정했다.

그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.

  • 학습 20분 후, 외운 내용의 42%를 잊어버렸다.
  • 학습 1시간 후, 56%를 잊어버렸다. (절반 이상)
  • 학습 하루 후, 무려 66%를 잊어버렸다.

 

이것이 바로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이다. 우리의 뇌는 컴퓨터처럼 모든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. 매일 보고 듣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'스팸 메일'처럼 자동으로 삭제한다. 어제 배운 수학 공식이나 역사적 사건도 뇌에게 "이거 중요한 정보야!"라고 다시 알려주지 않으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정보 중 하나일 뿐이다. 


<에빙하우스 망각곡선, 출처: 네이버지식백과>


망각 곡선을 이기는 마법, '복습'이라는 신호 보내기

그렇다면 우리는 망각의 저주를 받아들여야만 하는가? 다행히 에빙하우스는 해답도 함께 찾아냈다. 그 마법 같은 해답은 바로 '복습'이다.

복습은 뇌에게 "잠깐! 방금 그 정보, 스팸 아니야! 아주 중요한 거니까 잘 보관해 둬!"라고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. 신기하게도, 복습을 한 번 할 때마다 망각 곡선은 점점 더 완만해진다. 잊어버리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것이다.

 

한 번 복습하면 며칠을 더 기억하게 되고, 두 번 복습하면 몇 주를, 세 번, 네 번 복습하면 몇 달, 혹은 몇 년 동안 기억하는 '장기기억'으로 만들 수 있다. , 공부는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, 적절한 타이밍에 '반복'해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증거다. 



<에빙하우스 망각곡선과 복습의 효과 그래프, 제공: 쌉파써블 수능영어>

황금 타이밍을 잡아라! 뇌과학이 증명한 4단계 복습법

 

그렇다면 언제 복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? 뇌과학자들은 망각이 가장 심하게 일어나기 직전, 즉 '아슬아슬하게 잊어버리기 전'에 복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. 바로 이 '황금 타이밍'을 활용한 4단계 복습법을 소개한다.

 

  • 1단계: 10분 후 복습 (골든타임 복습) 수업이 끝난 직후, 쉬는 시간 10분을 활용해 방금 배운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는 것이다. "오늘 뭐 배웠지?"라며 핵심 키워드 중심으로 쓱 훑어보는 것만으로도, 뇌는 이 정보를 '일단 중요한 정보'로 분류한다. 이 10분이 하루 동안의 기억을 좌우하는 골든타임이다.
  • 2단계: 1일 후 복습 (기억 살리기 복습)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낮 동안의 정보를 정리한다. 다음 날, 어제 배운 내용을 10~15분 정도 다시 복습하면,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뻔했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훨씬 더 오래 머물게 된다.
  • 3단계: 1주일 후 복습 (장기기억으로 가는 다리) 주말을 이용해 그 주에 배웠던 내용들을 가볍게 복습한다. 이때부터 기억은 단기 보관 창고를 떠나 장기 보관 창고로 이사 갈 준비를 시작한다.
  • 4단계: 1개월 후 복습 (완벽한 내 것으로!) 한 달 뒤, 월말에 그 달에 배운 내용을 총정리하며 복습한다면, 그 지식은 드디어 여러분의 뇌에 영구적으로 저장되는 '장기기억'이 된다. 이때는 내용을 거의 잊어버리지 않아 복습 시간도 훨씬 짧아진다.

 

기억의 주인이 되는 법

 

공부는 마라톤과 같다. 한 번 전력 질주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,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려야 한다. 잊어버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뇌의 활동이나, 그것을 기억으로 붙잡아두는 것은 우리가 배울 수 있는 '기술'이다.

오늘부터 '4단계 복습법'을 실천해 보자. 수업 후 10분, 자기 전 10분, 그리고 주말과 월말의 작은 투자가 여러분을 '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는' 정직한 노력의 달인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.